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은 7월 31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시대를 풍미하던 H.O.T가 2001년 재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해체된 사실을 기억한다.
비슷한 이유로 소속사와 일부 멤버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탓으로, 팬들은 동방신기 또한 H.O.T와 같은 말로를 겪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류 연예인으로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이기에 이번 파문은 팬들뿐 아니라, 대중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H.O.T의 재계약과정에서 그룹멤버들에게 지급된 인세가 CD 한 장당 20원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어, 이번 사건 역시 우리나라 연예 기획사의 어두운 한 단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기획사에게도 할 말은 있다. 그야말로 '노바디'였던 그들을 갈고닦아 하늘에서 빛나는 '스타'로 거듭나게 만들기까지의 비용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갈고닦은 모든 원석이 '스타'가 될 리도 없을 테고, '스타'가 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빛날 일도 아니다.
엔터테인먼트도 사업은 사업이니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다. 기획사의 입장에서 스타는 그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전체 수익에 비해 그들이 가져간 몫은 지나치게 적었고, 13년이라고 명시된 전속 연한은 종신 노예 계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6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의한 착취 시스템보다 심한 지경이다. 아직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장자연씨 자살 문제가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동방신기 파문은 우리나라 연예계의 또 다른 추문으로 남을 것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동방신기의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연예인들의 권익과 그들의 활동이 더욱 힘을 얻고 그럼으로써 우리 대중문화가 더욱 풍요롭게 되는 방향에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마주하며 언짢은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거둬들인 앨범 수익만해도 330억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동방신기 멤버들은 1년에 2억원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SM측에서는 지난 6년간 220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서 세금과 제비용을 제하고 멤버 수대로 나누면 채 2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확실히 H.O.T의 20원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한 액수다. 동방신기의 활약과 그 경제적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다. 기획사에 의한 연예인 '착취'가 이야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동방신기 사태가 언짢았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대중문화 스타들은 특별하다. 그들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경제적`사회적 파급력을 갖는다. 스타가 되기 위해 그들은 땀 흘려 노력했고, 무명의 배고픈 시절을 견뎌냈다.
하지만 지금 90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위해 밤새워 공부하는 고3들이 있다. 이들의 노력은 동방신기보다 못하지 않다. 지금 밤낮으로 일하는 청년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가 있다.
우리가 일해서 일군 문화적`경제적`사회적 성과들 또한 스타들이 한 일에 못지않다. 이런저런 생각에 동방신기의 이야기는, 마치 치과 의자에 앉아서 마취주사를 맞았을 때의 입안처럼, 그건 남의 살, 남의 피, 남의 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자,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동방신기의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만큼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대가를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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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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